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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미래대학 콜로키엄 싱가포르 워크숍 ③] 싱가포르 국립대 캠퍼스 곳곳에 교육 철학을 담다

2019-07-29 l 조회수1667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이 주최한 싱가포르 워크숍에 참석한 연수단이 싱가포르국립대를 찾았다. (사진=허지은 기자)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이 주최한 싱가포르 워크숍에 참석한 연수단이 싱가포르국립대를 찾았다. (사진=허지은 기자)

[싱가포르=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이 주최하는 미래대학 콜로키엄 싱가포르 워크숍 연수단은 17일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대학인 싱가포르국립대학교(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NUS)를 방문했다.

싱가포르국립대는 1980년 싱가포르대학과 난양대학이 합병함에 따라 설립됐으며, 현재 사회과학‧경영‧전산‧공학‧법학‧의학 등 15개 분야의 학부 및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17일 연수단의 싱가포르국립대 방문 일정은 교육 수요자인 학생의 시선에서 싱가포르국립대를 살펴보기 위해 이 대학 산업공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한인 학생 채새한씨의 안내에 따라 진행됐다.

탐방에 앞서 연수단은 학생들이 싱가포르국립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는 물음 던졌다. 채새한씨는 “우리 대학 학생들은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국립대 학생이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답했다. 그의 말처럼 대학 탐방 과정에서 싱가포르국립대가 스스로를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대학'으로 의식하고 있다는 흔적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유익상 남서울대 교수가 싱가포르국립대에 설치된 전동휠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유익상 남서울대 교수가 싱가포르국립대에 설치된 전동휠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연수단의 눈길을 가장 처음 사로잡은 것은 캠퍼스 내 설치된 전동휠 시스템이었다. 어플을 다운받으면 전동휠을 이용할 수 있다. 캠퍼스 곳곳에 대여소가 설치돼 있어, 캠퍼스 내에서 이동 시 사용이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의 테스트베드 기능을 하는 싱가포르국립대의 일면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교정을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헌 의류나 직물류를 재활용하기 위해 모아두는 통이 설치돼 있음을 목격했다. 수거함에는 꽤 많은 의류들이 모여있었고, 앞에는 재활용을 해야 하는 환경적 이유가 적혀 있었다. 그 옆에는 캔과 플라스틱 등 재활용이 가능한 물건을 분리수거하고 이들이 재활용됐을 때의 효과를 적어 둔 분리수거장도 있다.

이는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정책이었던 ‘가든시티’ 정책과 이어지는, 건물에 친환경 등급을 매겨 인센티브를 주는 그린마크 제도와도 일맥상통한다. 싱가포르국립대는 2009년 그린마크 골드등급을 받으며 친환경 캠퍼스로 인정받은 바 있다. 한국의 쌍용건설이 시공한 'Yale-NUS 칼리지(College)' 건물도 친환경 생태연못과 폐자재 재활용시스템이 적용된 친환경 건물로 지어졌다.

이처럼 환경문제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를 가르칠 때 싱가포르국립대는 단순히 이론이나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만을 쓰지 않는다. 대학의 인프라 구축에서부터 그 가치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고, 직접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몸으로 겪게 하고 있다.

최재섭 남서울대 대학미래혁신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나라 대학이 배워야 할 점은 싱가포르국립대의 건물이나 공간 구성이 우리처럼 획일적이지 않고 하나하나 독창적이라는 점이다. 한국 대학 건물은 1호관, 2호관, 3호관의 식으로 큰 특징 없이 지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싱가포르국립대의 건물은 각각 대학의 지향점이 느껴진다. 그냥 지은 건물들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던 싱가포르국립대가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싱가포르국립대의 캐치프레이즈가 곳곳에 적혀있다.
싱가포르국립대의 캐치프레이즈가 곳곳에 적혀있다.

또한 동영상 교육 시스템인 ‘Web-Cast’를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점은 난양공과대학교와 유사한 특징이다. 때문에 싱가포르국립대 역시 수업에 있어 출석체크가 크게 중요하지 않고, 성적 평가에도 반영되지 않는다. 채새한씨는 “학생들은 거의 모든 수업을 동영상으로 수강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에 오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도 대학을 다닐 수 있다. 실제 현장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연수단으로 탐방에 참여한 윤여송 인덕대학교 총장은 “전체적으로 싱가포르국립대는 영국의 교육 시스템과 유사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RC문화부터 학제가 비슷한 형태”라며 “교육 현장의 미래를 봤다. 온라인 기반 교육 시스템으로 점차 현장 강의 자체가 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와 같은 싱가포르국립대의 교육 철학이 드러나는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가 ‘Beyond the Classroom’이라는 문구다. 교육 공간, 강의라는 교육의 물리적 경계를 뛰어넘어 생활 속에서 교육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다.

싱가포르국립대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캐치프레이즈가 시설물 곳곳에 새겨져 있다. 기둥, 조형물, 엘리베이터 앞까지 그 장소도 다양하다. 대학이 생각하는 비전, 혁신의 방향을 모두와 공유하고자 하는 싱가포르국립대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렇게 곳곳에 새겨진 대학의 철학은 미래대학과 혁신에 방점을 찍고 온 연수단의 셔터 세례를 받았다. 문구의 내용들이 △Beyond Innovative Ideas △Beyond the Acquiring Knowledge △Beyond Intellectual Debates까지 모두 혁신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이는 모두 ‘NUS Beyond’라는 하나의 구호로 연결된다.

싱가포르국립대에서 주목할만한 교육 시스템은 하나 더 있다. 바로 ‘RC’ 문화다. RC는 레지던셜 칼리지(Residential College)로, 직역하면 ‘주거대학’이라 말할 수 있다. 이는 생활과 학습을 연계한 교육 문화로, 기숙사 단위로 각기 다른 문화를 갖고 있으며 RC에 소속된 학생들은 고유의 생활과 학습을 익혀야 한다.

이날 연수단은 각 RC 건물을 차례로 살펴봤다. RC는 △시나몬 칼리지(Cinnamon College) △템부수 칼리지(Tembusu College) △앨리스&피터 탄 칼리지(College of Alice&Peter Tan)로 나뉘며, 각 RC가 요구하는 5가지 과목들을 이수해야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기숙사생도 각 RC가 각각 선발한다.

채새한씨는 “각 기숙사 생활 기간은 2년이다. 다른 기숙사가 신입생을 위주로 선발하기에 1년 이상 거주하기 힘든데, RC에 들어가면 보다 오래 기숙사에 머물 수 있어 인기가 좋다. 또한 다른 기숙사들이 학교 밖에 있기 때문에, 캠퍼스 내에 있는 RC는 대학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각 RC별로 분위기가 전혀 다르고 각각의 동문 문화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 입장에서 느낀 RC의 단점도 설명했다. 그는 “RC에서 요구하는 수업은 필수 과목들을 대체하는 교양 과목 형식으로 들어야 하는 강의이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에 비해 RC 학생들은 교양 과목 선택에 있어 제한적인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싱가포르국립대는 해외 대학과의 교류 협력도 활발하다. 시나몬 칼리지와 가까운 곳에는 예일대와 싱가포르국립대가 함께 설립한 인문대학인 ‘Yale-NUS 칼리지’가 위치해 있다. 이곳에 입학한 학생들은 2학년 때까지 교양교육을 받고 3, 4학년 때 전공과목을 집중적으로 배운다.